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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The Routine

손글씨 티셔츠가 이번 봄여름 유행이 된 이유

유행이 아니라 습관으로 남을 스타일 이야기

SOYUL  —  2026.08.25  —  5 MIN

유행이 아니라 습관으로 남을 스타일 이야기

2016년 말, 래퍼 A$AP 라키(A$AP Rocky)가 단편 영화 'Money Man'에서 입은 티셔츠 한 장이 그 해 겨울 패션계에 작은 파장을 일으켰다. Himumimdead가 손으로 스크립트를 새긴 커스텀 티셔츠였다. 화려한 로고나 정교한 그래픽 대신, 사람 손끝에서 나온 듯한 삐뚤빼뚤한 글씨가 오히려 시선을 붙잡았다. 이 장면 하나가 2017년 봄/여름 시즌 내내 이어질 흐름의 출발점이 됐다. 슈프림(Supreme)이 같은 시즌 유사한 스타일의 티셔츠를 내놓았고, 할렘의 바이론(Vlone) 팝업에서는 A$AP 바리(A$AP Bari)가 손으로 스크립트를 새긴 에어포스1까지 선보였다. 짧은 시간 안에 브랜드 두어 곳이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는 건, 이게 우연히 스쳐 갈 유행 하나로 끝날 신호가 아니라는 뜻이다. lehvi가 이 흐름을 눈여겨보는 이유는 단순하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을 통째로 갈아엎는 대신, 손에 익은 옷 한 벌에 직접 손을 대는 방식이 오히려 더 오래갈 수 있는 습관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달라졌나

기존 패션 트렌드는 대개 런웨이에서 시작해 소비자에게 내려오는 하향식 구조였다. 그런데 이번 DIY 미학은 반대 방향에서 출발했다. 음악 영상 속 한 장면, 그러니까 소비자에 가까운 문화 현장에서 먼저 만들어진 스타일이 슈프림 같은 메이저 브랜드로 역으로 흡수된 것이다. 슈프림의 봄/여름 라인업에 등장한 스크립트 티셔츠는 A$AP 라키가 입었던 Himumimdead 티셔츠의 손글씨 감성을 그대로 이어받았고, 곧이어 바이론 팝업에서는 이 문법이 신발이라는 전혀 다른 카테고리로까지 번졌다. 에어포스1처럼 이미 완성된 형태를 가진 신발 위에 손으로 글씨를 새기는 작업은, 브랜드가 정해준 디자인을 그대로 받아들이던 기존 소비 방식과는 다른 태도를 보여준다. 완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완제품에 자기 손을 더해 완성한다는 감각이다. 이런 변화는 옷 한 벌, 신발 한 켤레를 대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놓는다. 새 시즌마다 전부 새로 사들이는 대신, 이미 갖고 있던 아이템에 직접 손을 대 다음 계절까지 이어 신고 입을 이유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왜 지금인가

이 흐름이 하필 봄/여름 시즌에 맞물려 확산된 데는 이유가 있다. 계절이 바뀌는 시점은 옷장을 정리하고 새로운 옷을 들이는 타이밍이자, 동시에 지난 시즌 옷을 어떻게 계속 입을지 고민하는 타이밍이기도 하다. 겨울 동안 음악 씬에서 조용히 번지던 손글씨 스타일이 시즌 전환기에 슈프림 같은 대형 브랜드의 공식 라인업으로 올라온 건, 개인이 만들던 문화가 산업 표준으로 자리잡는 전형적인 경로를 보여준다. 한 브랜드의 단발성 시도였다면 스쳐 지나갈 수 있었겠지만, 음악 영상에서 시작해 스트리트 브랜드를 거쳐 신발까지 번진 걸 보면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같은 신호가 감지됐다는 뜻이다. 대량생산된 로고보다 손으로 쓴 듯한 흔적에 더 눈길이 가는 지금의 분위기는, 완벽하게 다듬어진 것보다 사람의 흔적이 남은 것을 더 오래 곁에 두고 싶어 하는 마음과도 맞닿아 있다. 새 시즌 옷을 고를 때 이 지점을 기억해두면, 유행이 지나도 계속 손이 가는 옷을 고르는 기준 하나를 더 갖게 되는 셈이다.

다음에 볼 것

이 흐름을 실제로 따라가 보고 싶다면, 우선 갖고 있는 흰 티셔츠나 무지 신발부터 눈여겨보는 게 순서다. 새 아이템을 사들이기보다는 이미 옷장에 있는 것에 손을 대는 방식이 이 트렌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슈프림처럼 이미 완성된 라인업을 참고해 어떤 문구나 선이 어울릴지 감을 잡아본 다음, 정말 손으로 새기고 싶은 문장 하나를 정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이런 흐름이 브랜드 라인업으로 흡수되고 나면 곧 대량생산된 프린트 제품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다. 손맛이 사라진 인쇄 버전이 매대를 채우기 시작하면, 원래 이 미학이 갖고 있던 손으로 직접 만든다는 의미는 옅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계절이 지나기 전에, 진짜 손을 대는 작업 자체를 한 번쯤 시도해보는 편이 이 트렌드를 가장 오래 붙잡아두는 방법이다. 유행으로 소비하고 끝낼지, 아니면 계절마다 반복할 수 있는 자기만의 루틴으로 만들지는 결국 이 지점에서 갈린다.

DIY AestheticSpringSummerHimumimdeadRockyMoney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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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The Routine

손글씨 티셔츠가 이번 봄여름 유행이 된 이유

유행이 아니라 습관으로 남을 스타일 이야기

SOYUL — 2026.08.25 — 5 MIN

유행이 아니라 습관으로 남을 스타일 이야기

2016년 말, 래퍼 A$AP 라키(A$AP Rocky)가 단편 영화 'Money Man'에서 입은 티셔츠 한 장이 그 해 겨울 패션계에 작은 파장을 일으켰다. Himumimdead가 손으로 스크립트를 새긴 커스텀 티셔츠였다. 화려한 로고나 정교한 그래픽 대신, 사람 손끝에서 나온 듯한 삐뚤빼뚤한 글씨가 오히려 시선을 붙잡았다. 이 장면 하나가 2017년 봄/여름 시즌 내내 이어질 흐름의 출발점이 됐다. 슈프림(Supreme)이 같은 시즌 유사한 스타일의 티셔츠를 내놓았고, 할렘의 바이론(Vlone) 팝업에서는 A$AP 바리(A$AP Bari)가 손으로 스크립트를 새긴 에어포스1까지 선보였다. 짧은 시간 안에 브랜드 두어 곳이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는 건, 이게 우연히 스쳐 갈 유행 하나로 끝날 신호가 아니라는 뜻이다. lehvi가 이 흐름을 눈여겨보는 이유는 단순하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을 통째로 갈아엎는 대신, 손에 익은 옷 한 벌에 직접 손을 대는 방식이 오히려 더 오래갈 수 있는 습관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달라졌나

기존 패션 트렌드는 대개 런웨이에서 시작해 소비자에게 내려오는 하향식 구조였다. 그런데 이번 DIY 미학은 반대 방향에서 출발했다. 음악 영상 속 한 장면, 그러니까 소비자에 가까운 문화 현장에서 먼저 만들어진 스타일이 슈프림 같은 메이저 브랜드로 역으로 흡수된 것이다. 슈프림의 봄/여름 라인업에 등장한 스크립트 티셔츠는 A$AP 라키가 입었던 Himumimdead 티셔츠의 손글씨 감성을 그대로 이어받았고, 곧이어 바이론 팝업에서는 이 문법이 신발이라는 전혀 다른 카테고리로까지 번졌다. 에어포스1처럼 이미 완성된 형태를 가진 신발 위에 손으로 글씨를 새기는 작업은, 브랜드가 정해준 디자인을 그대로 받아들이던 기존 소비 방식과는 다른 태도를 보여준다. 완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완제품에 자기 손을 더해 완성한다는 감각이다. 이런 변화는 옷 한 벌, 신발 한 켤레를 대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놓는다. 새 시즌마다 전부 새로 사들이는 대신, 이미 갖고 있던 아이템에 직접 손을 대 다음 계절까지 이어 신고 입을 이유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왜 지금인가

이 흐름이 하필 봄/여름 시즌에 맞물려 확산된 데는 이유가 있다. 계절이 바뀌는 시점은 옷장을 정리하고 새로운 옷을 들이는 타이밍이자, 동시에 지난 시즌 옷을 어떻게 계속 입을지 고민하는 타이밍이기도 하다. 겨울 동안 음악 씬에서 조용히 번지던 손글씨 스타일이 시즌 전환기에 슈프림 같은 대형 브랜드의 공식 라인업으로 올라온 건, 개인이 만들던 문화가 산업 표준으로 자리잡는 전형적인 경로를 보여준다. 한 브랜드의 단발성 시도였다면 스쳐 지나갈 수 있었겠지만, 음악 영상에서 시작해 스트리트 브랜드를 거쳐 신발까지 번진 걸 보면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같은 신호가 감지됐다는 뜻이다. 대량생산된 로고보다 손으로 쓴 듯한 흔적에 더 눈길이 가는 지금의 분위기는, 완벽하게 다듬어진 것보다 사람의 흔적이 남은 것을 더 오래 곁에 두고 싶어 하는 마음과도 맞닿아 있다. 새 시즌 옷을 고를 때 이 지점을 기억해두면, 유행이 지나도 계속 손이 가는 옷을 고르는 기준 하나를 더 갖게 되는 셈이다.

다음에 볼 것

이 흐름을 실제로 따라가 보고 싶다면, 우선 갖고 있는 흰 티셔츠나 무지 신발부터 눈여겨보는 게 순서다. 새 아이템을 사들이기보다는 이미 옷장에 있는 것에 손을 대는 방식이 이 트렌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슈프림처럼 이미 완성된 라인업을 참고해 어떤 문구나 선이 어울릴지 감을 잡아본 다음, 정말 손으로 새기고 싶은 문장 하나를 정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이런 흐름이 브랜드 라인업으로 흡수되고 나면 곧 대량생산된 프린트 제품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다. 손맛이 사라진 인쇄 버전이 매대를 채우기 시작하면, 원래 이 미학이 갖고 있던 손으로 직접 만든다는 의미는 옅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계절이 지나기 전에, 진짜 손을 대는 작업 자체를 한 번쯤 시도해보는 편이 이 트렌드를 가장 오래 붙잡아두는 방법이다. 유행으로 소비하고 끝낼지, 아니면 계절마다 반복할 수 있는 자기만의 루틴으로 만들지는 결국 이 지점에서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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