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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입을 옷은 어떻게 염색되고 있을까

매일 입는 옷 뒤에 숨은 물 이야기

SoyulEditor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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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입는 옷 뒤에 숨은 물 이야기

H&M그룹이 홈페이지에 올려둔 화학물질 관리 페이지에는 평소 눈에 잘 띄지 않는 숫자들이 모여 있다. 섬유 산업은 매년 70억 톤에 이르는 염색·인쇄 폐수를 배출하고, 그 과정에서 염료 28만 톤이 그대로 버려진다는 게 업계가 집계한 규모다. 폐수 자체도 만만치 않다. pH 10에서 11에 이르는 강염기성에 화학적 산소 요구량(COD)이 800에서 2000mg/L까지 치솟는 경우가 흔해, 처리되지 않은 채 흘러나가면 강과 토양, 그리고 그 물을 매일 써야 하는 근로자와 지역 주민의 건강까지 위협한다. 전체 염료의 10에서 50퍼센트가 공정 중 폐수로 그냥 흘러나간다는 추정치를 보면, 우리가 입는 옷 한 장이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물이 오염된 채 버려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금 이 숫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옷을 오래 입는다는 선택이 의미를 가지려면, 그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다시 쓸 수 있을 만큼 건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계절이 바뀌어 옷장을 정리하는 사람에게는 이 숫자가 더 가깝게 다가온다. 다음 계절까지 그대로 데려갈 옷을 고르는 기준이 디자인이나 가격만이 아니라, 그 옷을 만드는 공정이 물과 화학물질을 얼마나 책임감 있게 다루는지로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걸치는 옷 한 장의 뒷면에 이런 숫자가 쌓여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기업 발표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무엇이 달라졌나

H&M은 공급망 전체에 ZDHC(Zero Discharge of Hazardous Chemicals) MRSL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ZDHC MRSL은 염색, 세척, 인쇄, 마무리 공정에서 의도적으로 쓰여서는 안 되는 화학물질 약 150종을 정해 놓은 산업 공통 리스트다. 과거에는 브랜드마다 제각각의 화학물질 기준을 요구해 공급업체가 같은 공정을 두세 번씩 다른 잣대로 검증받아야 했는데, ZDHC처럼 업계가 공유하는 단일 기준이 자리 잡으면서 이런 중복 검증 부담이 줄었다. 2024년 기준 H&M 공급망에서는 섬유·가죽 공급업체 590곳이 ZDHC 프로그램에 등록돼 있고, 폐수의 ZDHC MRSL 준수율은 99.5퍼센트, 화학물질 투입 준수율은 97퍼센트에 이른다. 수치만 보면 이미 완성된 체계처럼 보이지만, 더 눈에 띄는 변화는 검사와 모니터링을 넘어선 지점에서 일어나고 있다. H&M은 인도의 Arvind, 방글라데시의 Chorka Textile 같은 1차 협력사에 물을 거의 쓰지 않는 염색 기술을 도입했다. 염색은 전통적으로 물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공정이었던 만큼, 이 전환은 단순한 규정 준수를 넘어 공정 자체의 구조를 바꾸는 시도로 읽힌다.

왜 지금인가

섬유 업계의 화학물질 관리가 지금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몇 가지 흐름이 겹쳐 있기 때문이다. 먼저 소비자 쪽에서는 오래 입을 옷을 고르는 기준이 가격과 디자인에서 생산 과정의 투명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옷을 자주 바꿔 입지 않고 계절을 넘겨 오래 쓰는 소비 습관이 자리 잡을수록, 그 옷이 처음 만들어질 때 물과 화학물질을 얼마나 오염시켰는지가 오래 쓸 가치가 있는 물건인가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산업 쪽에서도 변화가 있다. ZDHC 같은 업계 공통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를 공개하는 방식이 늘면서, 개별 브랜드가 각자 조사하고 각자 발표하던 과거와 달리 공급망 전체의 수치를 비교할 수 있는 토대가 생기고 있다. 경쟁 구도도 한몫한다. H&M과 Primark처럼 같은 공급망을 공유하는 브랜드들이 공동으로 물 재활용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사례가 나오는 건, 한 브랜드만 기준을 높여서는 공급망 전체의 폐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업계가 체감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계절이 바뀌고 옷장을 정리할 때마다, 그 옷이 어떤 물로 만들어졌는지를 묻는 질문은 이제 한 브랜드만의 숙제가 아니라 산업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넘어가고 있다. 한 시즌만 입고 버리는 옷이 아니라 여러 계절을 거쳐 오래 쓰는 옷을 고르려는 흐름이 짙어질수록, 그 옷의 출발점에 놓인 폐수와 화학물질 문제는 더 이상 생산 현장만의 일로 남아 있기 어렵다.

다음에 볼 것

가장 먼저 확인할 만한 지점은 Fakir Knitwear Ltd.에서 진행 중인 물 재활용 프로젝트다. H&M과 Primark가 함께 추진하는 이 프로젝트는 2025년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어, 결과가 나오면 공동 투자 방식의 물 재활용이 다른 공급망에도 확산될 수 있을지 가늠할 좋은 사례가 된다. 또 하나 지켜볼 지점은 Arvind와 Chorka Textile에 도입된 물 없는 염색 기술이 실제로 얼마나 넓은 범위의 제품군에 적용되는지다. 지금은 일부 1차 협력사에 한정돼 있지만, 염색이 섬유 생산 전체에서 물을 가장 많이 쓰는 단계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기술이 퍼지는 속도 자체가 업계의 체질 변화 속도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라벨 하나로 이 변화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브랜드가 공개하는 공급망 준수율이나 ZDHC 등록 현황 같은 수치가 매년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오래 입을 만한 옷을 고르는 데 쓸 수 있는 단서가 쌓인다. 옷 한 장의 수명은 소재나 바느질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그 옷이 태어난 공정이 물과 화학물질을 어떻게 다뤘는지까지 포함해야, 비로소 오래 유지할 만한 것이라는 말이 완성된다.

Pollution: chem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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