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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에베와 온, 걷는 습관을 다시 디자인하다

숲과 도시를 걷는 법, 신발이 먼저 말한다

SoyulEditor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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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도시를 걷는 법, 신발이 먼저 말한다

로에베(LOEWE)와 스위스 러닝화 브랜드 온(On)이 2026년 가을·겨울 시즌을 겨냥한 새 협업 컬렉션을 10월 15일 공개했다. 이번 발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신발이나 의류의 디자인보다 캠페인이 담아낸 방식이다. 사진작가 로지 마크스가 퍼포먼스 아티스트 조앤 조나스, 멀티미디어 작가 마틴 심스, 사운드 설치미술가 타렉 아투이 세 사람을 각자의 창작 환경, 숲길과 도시 거리 속에서 따라다니며 담았고, 이 영상과 사진들은 움직임이 어떻게 창의성을 자극하는지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조나스는 수십 년간 퍼포먼스와 비디오 작업을 이어온 작가로 뉴욕 현대미술관 회고전을 치렀고, 심스는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멀티미디어 작가, 아투이는 레바논과 파리를 오가며 소리를 재료로 설치 작업을 하는 작곡가라는 점에서 이번 캐스팅은 단순한 유명인 섭외와는 거리가 멀다. 패션 협업이 흔히 신제품 소개에 머무는 것과 달리, 이번 캠페인은 걷는 행위 자체를 주제로 삼았다는 점에서 일상 루틴을 꾸준히 들여다보는 입장에서는 눈여겨볼 만한 지점이 많다. 매 시즌 신상품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걷는다는 가장 단순한 동작을 창작과 회복의 연결고리로 다시 그려낸다는 점이 이번 발표의 실질적인 핵심이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컬렉션의 핵심은 신발 두 가지다. 클라우드솔로 하이커(Cloudsolo Hiker)는 전통적인 등산화 형태를 재해석한 모델로, 두툼하게 패턴을 넣은 러그 솔과 마블 러버 디테일을 적용해 산길을 걷는 동작에 맞춘 접지력을 강조했다. 클라우드틸트 코스믹(Cloudtilt Cosmic)은 기존 클라우드틸트를 다듬은 버전으로, 온의 특허 기술인 클라우드텍(CloudTec)을 한 단계 발전시킨 클라우드텍 페이즈(CloudTec Phase) 솔을 얹었다. 클라우드텍은 충격을 흡수한 뒤 반발력을 돌려주는 중공 구조(hollow pods)인데, 페이즈 버전은 이 압축이 순차적으로 일어나도록 다듬어 발을 내딛는 동작이 더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색상은 흙빛 계열의 뉴트럴 톤과 빨강·라일락·오렌지 같은 밝은 컬러가 함께 섞여 나온다. 의류 라인에는 테크니컬 파카, 패딩, 카고 팬츠, 퍼포먼스 세퍼레이츠가 포함되고, 일부 제품에는 스위스 알프스를 모티프로 한 멀티컬러 프린트가 들어가 장식적인 포인트를 더한다. 두 브랜드의 조합은 2022년부터 매해 이어져 온 파트너십의 연장선이지만, 이번 시즌은 박물관급 현대미술 작가들과의 협업으로 캠페인의 무게를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이전 시즌들과 결이 다르다.

왜 지금인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이 시점은 아웃도어 장비 브랜드들이 한 해의 방향성을 다시 점검하는 때다. 온은 러닝화 전문 브랜드로 출발해 하이킹과 일상복 영역까지 보폭을 넓혀온 지 몇 년째고, 로에베는 이지웨어와 테크니컬 소재를 패션 하우스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두 브랜드가 매년 컬렉션을 반복하면서도 이번에 퍼포먼스 아티스트들을 전면에 세운 선택은 우연이 아니다. 최근 패션과 아웃도어 산업 전반에서 제품을 신고 무엇을 하는가가 무엇을 신는가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로 다뤄지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고, 이번 캠페인은 그 흐름에 가장 정확하게 들어맞는 사례다. 조앤 조나스처럼 수십 년간 몸의 움직임을 작업의 재료로 다뤄온 작가를 캠페인 전면에 세운 것은, 신발이 스포츠용품을 넘어 창작과 사고의 리듬을 만드는 도구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는 신호로 읽힌다. 바깥을 걷는 습관이 작업실 안에서의 집중력으로 되돌아온다는 설정은, 운동과 회복을 분리된 일로 보지 않고 하루의 리듬 안에 포함시키려는 최근의 생활 감각과도 맞물린다. 계절이 바뀌는 지금, 걷는 루틴을 다시 손보려는 독자라면 이 컬렉션이 던지는 질문, 무엇을 신고 어디를 걷는가를 눈여겨볼 타이밍이다.

다음에 볼 것

컬렉션은 10월 15일부터 로에베와 온 양쪽 공식 웹사이트에서 동시에 공개, 판매된다. 신발은 클라우드솔로 하이커와 클라우드틸트 코스믹 두 모델로 압축돼 있어 선택이 비교적 단순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매 시즌 라인업을 늘리는 대신 핵심 실루엣을 다듬어 오래 신을 수 있는 방향으로 좁힌 인상이다. 색상은 뉴트럴 계열부터 빨강·라일락·오렌지까지 폭이 넓은 편이라, 매일 신는 신발로 고를지 포인트 아이템으로 고를지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질 만하다. 의류 쪽은 파카와 패딩처럼 본격적인 겨울 외투부터 카고 팬츠 같은 데일리 아이템까지 섞여 있어, 전체를 맞춰 입기보다 한두 가지를 기존 옷장에 더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 캠페인을 이끈 세 아티스트의 작업을 먼저 찾아보는 것도 이 컬렉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조앤 조나스의 퍼포먼스 영상, 마틴 심스의 멀티미디어 작업, 타렉 아투이의 사운드 설치를 보고 나면, 이번 신발과 의류가 왜 숲길과 도시 거리라는 배경에서 촬영됐는지가 더 분명해진다. 로에베와 온의 협업이 2022년부터 매해 이어진 것을 감안하면, 이번 시즌의 반응에 따라 다음 협업에서 어떤 실루엣이 남고 어떤 실루엣이 사라질지도 자연스럽게 다음 관찰 포인트가 된다.

LOEWEWinterSwissSpanishShotRosie Ma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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