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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포드가 벗은 뒤에도 남는 것은 무엇인가

파격 다음, 오래 입을 것을 묻다

SoyulEditor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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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다음, 오래 입을 것을 묻다

하이더 아커만이 톰 포드에서 내놓은 두 번째 컬렉션, 2027년 봄·여름 시즌 컬렉션이 파리 패션위크에서 공개됐다. 모델들은 끈 팬티와 시스루 스커트, 가죽 브라톱만 걸치고 무거운 숨소리가 깔린 공간을 가로질렀고, 이번 시즌 처음으로 수영복 라인까지 등장시키며 톰 포드라는 브랜드가 한동안 잃어버렸던 과감한 노출의 이미지를 다시 꺼내 들었다.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태어나 벨기에 안트베르펜 왕립미술학교에서 테일러링을 배운 아커만은 임명 당시부터 색감과 재단 감각으로 주목받았던 디자이너인데, 이번 쇼는 그 조용한 정교함과 정반대의 방식으로 화제를 모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쇼가 끝나자마자 비슷한 장면이 전 세계 패션 매체를 통해 반복해서 전해졌을 만큼 이번 컬렉션의 파급력은 컸다. 다만 이 매체가 눈여겨보는 지점은 그 노출 자체가 아니라, 쇼가 끝난 뒤 옷장에 남는 것과 러웨이 위에서만 존재하다 사라지는 것을 가르는 경계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람들이 실제로 다시 꺼내 입는 옷과, 한 번의 충격으로 소비되고 잊히는 옷은 분명히 다르고, 이번 쇼는 그 둘을 한 무대 위에 나란히 세워놓았다는 점에서 유심히 볼 가치가 있다.

무엇이 달라졌나

아커만은 이번 컬렉션을 권력과 복종, 노출과 절제 사이를 오가는 긴장 위에 설계했다. 남녀 모두에게 날카로운 핀스트라이프 수트를 입히고 그 안에는 셔츠조차 걸치지 않게 했으며, 맨몸에 가까운 보디슈트로 옷 한 장으로 얼마나 벗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노출이 여성복에만 쏠리지 않았다는 점도 이전 톰 포드와 달라진 대목이다. 남성 모델들은 브리프 위에 스웨트셔츠만 걸치거나, 커트오프 핫팬츠에 망사 탱크톱을 받쳐 입고, 맨 가슴 위에 각진 테일러드 수트를 그대로 걸쳤다. 과거 톰 포드의 노출이 주로 여성의 몸에 집중됐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시즌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같은 농도의 대담함을 요구했다는 차이가 뚜렷하다. 그러면서도 아커만은 톰 포드 특유의 세련됨을 완전히 내려놓지 않았다. 바닥까지 떨어지는 가운과 정교한 테일러링이 여전히 특유의 화려함을 지탱했고, 면 소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죽으로 만든 스트링 베스트, 광택 있는 새틴으로 짠 브라톱, 수트 전체를 투명하게 바꿔놓은 시어 패브릭처럼 예상 밖의 소재가 컬렉션에 생동감을 더했다. 쇼의 마지막은 건축적인 컷아웃이 들어간 수영복과 끈 팬티 한 장만 걸친 남성 모델로 장식됐는데, 이는 톰 포드가 과거에도 선보였던 엉덩이를 드러내는 순간을 오마주한 장면이었고, 여기에 하이힐 스틸레토가 어김없이 더해지며 브랜드의 오래된 서명을 다시 확인시켰다.

왜 지금인가

아커만이 톰 포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지 이번이 두 번째 시즌이다. 2025년 3월 공개한 첫 컬렉션이 그의 색감과 테일러링 감각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 시즌은 본인이 직접 밝힌 것처럼 더 많은 누드성을 담아 도발적이지 않으면서도 자유로움과 위험을 감수하는 느낌을 구현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창립자 톰 포드가 애초에 아커만을 임명한 이유로 꼽은 것이 색감과 테일러링, 그리고 현대성이었던 만큼, 이번 쇼는 그 세 가지를 노출이라는 가장 자극적인 방식으로 시험해본 자리였던 셈이다. 검은 바닥에 거울을 깔아 모델들이 자신의 반사와 서로를 동시에 관찰하게 만든 무대 장치도 이 맥락에서 읽힌다. 보여주는 몸과 보는 시선을 같은 공간에 배치해, 노출을 민망함이 아니라 자각의 문제로 바꿔놓은 셈이다. 파리 패션위크라는 무대 특성도 고려할 부분이다. 매 시즌 수많은 하우스가 같은 도시, 같은 시기에 컬렉션을 발표하는 환경에서 브랜드가 각인될 만한 하나의 장면을 만들어야 하는 압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노출이라는 가장 오래된 동시에 가장 확실한 화제성 장치를 다시 꺼내 든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다만 이 매체가 주목하는 건 화제성이 아니라 지속성이다. 쇼가 끝나고 사진이 떠돌고 나면, 결국 소비자의 옷장에 남는 것은 핀스트라이프 수트의 재단선과 가운의 흐르는 선처럼, 노출과 무관하게도 완성도를 가진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다음에 볼 것

이번 룩들이 실제로 어떤 형태의 제품으로 풀려나올지는 아직 지켜볼 부분이 많다. 아커만이 임명 초기부터 강조한 색감과 테일러링은 이번 시즌에도 핀스트라이프 수트와 가운을 통해 꾸준히 이어졌는데, 이 두 요소가 매장에 걸릴 상업 라인에서는 노출의 강도를 낮추고 재단과 소재의 완성도만 남기는 방향으로 다듬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끈 팬티나 시스루 보디슈트처럼 쇼의 화제성을 만든 룩들은 실제 판매보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상징적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크고, 이 지점이 바로 러웨이용 옷과 계절마다 다시 꺼내 입는 옷이 갈라지는 경계다. 톰 포드가 처음으로 선보인 수영복 라인이 다음 시즌 이후에도 계속될지, 그리고 그 라인이 건축적 컷아웃 같은 쇼용 디자인에서 좀 더 입기 편한 형태로 넘어갈지도 지켜볼 지점이다. 아커만의 다음 시즌, 즉 세 번째 컬렉션에서 이 노출의 농도를 유지할지 혹은 다시 절제 쪽으로 돌아갈지가 그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또 하나의 기준이 될 것이다. 결국 한 시즌의 충격은 빠르게 소비되지만, 오래 입히는 옷은 몇 안 되는 디테일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이번 쇼는 가장 극단적인 방식으로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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