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NX·4DX가 그리는 몰입의 다음 단계
영화를 보러 가는 일이 "그냥 스트리밍 틀면 되는데 굳이?"라는 질문 앞에 놓인 지 오래다. 그런데 최근 CJ 4DPLEX가 공개한 자사 소개 자료를 보면, 정작 극장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좌석이 영화 속 액션에 맞춰 흔들리고, 스크린이 양쪽 벽면까지 펼쳐지고, 야구 경기 중계가 5.1채널 사운드와 함께 극장을 가득 채우는 식이다. 집에서는 절대 재현할 수 없는 감각을 파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셈인데, 이 변화가 눈에 띄는 이유는 단순히 기술이 화려해져서가 아니라 "굳이 집을 나서야 하는 이유"를 극장 스스로 다시 설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의 루틴 중 하나였던 영화관람이 어떤 방식으로 다시 붙잡을 만한 경험이 되는지, 그 판을 짜는 회사의 움직임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무엇이 달라졌나
CJ 4DPLEX가 내세우는 두 축은 SCREENX와 4DX다. SCREENX는 세계 최초 멀티 프로젝션 상영관으로, 정면 스크린뿐 아니라 좌우 벽면까지 화면을 확장해 관객을 시야 전체로 감싼다. 이때 좌우로 펼쳐지는 장면은 기존 화면을 단순히 늘려 붙이는 게 아니라, 원본 영상을 바탕으로 CG·VFX 팀이 새로운 공간과 장면을 따로 설계해 만들어낸다. 즉 좌우 화면 하나하나가 별도의 제작 공정을 거친 결과물이라는 뜻이다. 4DX는 여기에 물·바람·향기 등 21가지 환경 효과와 모션 체어를 더해 몸으로 느끼는 관람을 완성한다. 이 조합은 AMC·Cineworld·Cinépolis·Cinemark 같은 글로벌 극장 체인과의 협력을 통해 이미 세계 곳곳으로 퍼져 있고, 방탄소년단·블랙핑크·임영웅·아이유 등 K-POP 아티스트의 공연 실황을 극장용 콘텐츠로 제작·배급하는 단계까지 왔다. 여기에 더해 'SCREENX LIVE'라는 이름으로 KBO 경기를 좌우 확장 화면과 5.1채널 사운드로 생중계하는 실험까지 진행 중이다. 영화 전용 포맷이 공연·스포츠 중계로 영역을 넓혔다는 점이 이전과 가장 크게 달라진 지점이다.
왜 지금인가
집에서 4K TV와 사운드바로 웬만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시대에, 극장이 살아남는 방법은 결국 "집에서는 못 하는 것"을 파는 것뿐이다. 스트리밍이 일상적인 시청 습관을 흡수해버린 지금, 극장에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찾아가는 행위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성립한다. SCREENX·4DX가 영화 상영을 넘어 공연 실황과 스포츠 생중계까지 손을 뻗는 흐름은, 극장을 "영화 보는 곳"에서 "함께 몰입하고 함께 응원하는 곳"으로 재정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특히 2024년 KBO 한국시리즈 생중계를 시작으로 2025·2026 시즌까지 협약을 이어간 대목은 의미가 있다. 가을 포스트시즌은 응원 문화가 절정에 달하는 계절적 이벤트인데, 이를 대형 스크린과 입체 음향으로 즐기는 경험은 집 거실에서는 흉내 내기 어렵다. 콘서트 필름도 마찬가지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큰 화면과 몸으로 느끼는 진동, 함께 소리 지르는 관객들 사이에서 보는 것과 혼자 모니터로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결국 지금 시점에 이런 확장이 이뤄지는 이유는, 극장이라는 공간이 "정기적으로 가는 곳"에서 "특정 순간을 위해 일부러 찾아가는 곳"으로 포지션을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에 볼 것
이 흐름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SCREENX·4DX의 글로벌 확장 속도다. 이미 AMC·Cineworld·Cinépolis·Cinemark 등 주요 해외 체인과 협력 중인 만큼, 국내에서 익숙해진 포맷을 해외 여행지에서도 동일하게 경험할 수 있는 범위가 점점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행지에서 현지어로 더빙된 영화를 4DX로 보는 경험도 이제 낯설지 않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둘째, SCREENX LIVE로 대표되는 스포츠·공연 생중계의 확대 여부다. KBO 협약이 2026시즌까지 이어진 것을 감안하면, 다음 겨울 스토브리그나 이듬해 시즌 개막 시점에 새로운 종목이나 리그로 확장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셋째, CG/VFX와 AI 제작 역량의 발전 방향이다. 좌우 확장 화면을 사람이 손으로 설계하는 지금 방식이 AI 도구의 도움을 받아 더 빠르고 다양한 작품에 적용될 수 있다면, 특별관에서만 만나던 몰입형 상영이 더 폭넓은 개봉작으로 확산될 여지가 있다. 극장 나들이를 "귀찮아서 미루는 일"이 아니라 "계절마다 챙기는 루틴"으로 다시 자리 잡게 할 수 있을지, 이 세 갈래의 움직임을 함께 지켜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