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리나 스트라다 SS27, 미술관 아닌 들판에서
뉴욕 패션위크는 보통 도심의 쇼룸과 임시 무대를 오가며 짜인다. 그런데 콜리나 스트라다(Collina Strada)는 이번 시즌 SS27 컬렉션을 발표하며 아예 도시를 벗어나는 길을 택했다.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58마일 떨어진 스톰 킹 아트센터(Storm King Art Center), 500에이커 규모의 야외 조각 미술관이 무대가 됐다. 늦여름 강한 햇살 아래 모델들이 잔디 위를 걸었고, 브랜드는 이 쇼에 '디투어(Detour)'라는 이름을 붙였다. 패션위크의 관성적인 동선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옷을 보여주겠다는 선언이었고, 그 결정 자체가 브랜드가 오래전부터 지켜온 태도, 즉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옷 만들기의 중심에 두는 방식과 정확히 맞닿아 있었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무대 자체다. 콜리나 스트라다는 그동안에도 맨해튼이나 브루클린의 실내 공간에서 쇼를 열어왔지만, 이번에는 도시를 완전히 벗어나 미국 최대 규모의 야외 조각 컬렉션을 보유한 스톰 킹 아트센터를 골랐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힐러리 테이머(Hillary Taymour)는 쇼 노트에서 "미술관이 주최하는 쇼가 아니라, 미술관을 경험하는 방식에서 영감을 받은 쇼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몸이 잔디와 철, 하늘과 조각, 그리고 서로의 사이를 지나가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이번 무대가 노린 핵심이었다는 설명이다. 옷 자체도 과장된 실루엣과 풍성한 러플, 부드러운 파스텔 톤으로 채워졌고 스팽글도 곳곳에 등장했는데, 강한 햇빛 아래에서 이 스팽글들이 반짝이며 야외라는 조건을 오히려 무대장치로 활용한 셈이 됐다. 마지막에는 가수 캐리 레이 젭슨(Carly Rae Jepsen)이 분홍색 콜리나 케이프를 두르고 깜짝 등장해 공연했고, 모델들이 들판을 가로질러 뛰어와 그와 함께 즉흥 댄스파티를 벌이며 쇼가 끝났다. 실내 런웨이의 정형화된 마무리 대신, 몸을 움직여 뛰어노는 장면으로 컬렉션이 마무리된 것이다.
왜 지금인가
'위시(whimsy)'라는 표현은 2026년 패션 신에서 이미 과도하게 소비된 단어다. 그럼에도 이번 쇼를 설명할 다른 말을 찾기 어려운 이유는, 콜리나 스트라다가 그 감각을 실제 공간으로 구현해냈기 때문이다. 뉴욕에 기반을 둔 이 브랜드는 애초부터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정체성의 축으로 삼아온 곳이다. 도심의 정해진 쇼장 대신 다른 장소에서 컬렉션을 보여주려는 시도를 이어온 브랜드가, 이번에는 조각과 자연이 공존하는 야외 미술관을 무대로 골랐다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패션위크 일정이 보통 도시 안 실내 공간을 하루에도 몇 군데씩 전전하며 빡빡하게 짜인다는 걸 감안하면, 왕복 두 시간 가까운 거리를 감수하고 관객과 프레스를 들판으로 불러낸 결정은 그 자체로 관성에 대한 저항이다. 계절적으로도 늦여름의 강한 햇살 아래 야외에서 옷을 보여준다는 선택은, 실내 조명 아래 표준화된 런웨이가 놓치는 것, 즉 옷이 실제 빛과 바람 속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반짝이는지를 그대로 드러낸다. 정해진 동선과 일정을 벗어나 다른 경로를 택했을 때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이번 쇼는 패션위크라는 가장 관성적인 무대 위에서 보여준 셈이다.
다음에 볼 것
이번 시즌 컬렉션이 실제 매장과 온라인에 언제, 어떤 형태로 풀릴지는 아직 별도로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콜리나 스트라다가 이런 장소 실험을 한 시즌짜리 이벤트로 끝낼지, 다음 시즌에도 이어갈 흐름으로 자리잡을지는 지켜볼 만하다. 브랜드가 처음부터 지속가능성을 내세워온 만큼, 야외 공간을 쇼장으로 택하는 방식이 매 시즌 반복되는 하나의 문법으로 굳어진다면 그건 단순한 화제성 이벤트가 아니라 운영 방식 자체의 변화로 읽어야 한다. 캐리 레이 젭슨의 깜짝 등장이 앞으로 다른 협업이나 캠페인으로 이어질지도 관심 지점이다. 그보다 더 눈여겨볼 부분은, 패션위크라는 정해진 틀 안에서도 장소와 동선을 바꾸는 시도가 다른 브랜드들에게 어떤 참고점이 될지다. 도심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옷을 보여주는 방식이 한 브랜드의 개성으로 그칠지, 아니면 늦여름에서 초가을로 넘어가는 이 계절에 잘 어울리는 하나의 쇼 형식으로 자리잡을지, 다음 시즌 패션위크 일정을 지켜보면 답이 드러날 것이다.
(섹션별 350~596자, 전체 약 2,063자로 목표 분량 충족. 임시 초안 파일 `C:\tmp\lehvi_draft.txt`는 삭제해도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