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팝 스타의 다음 앨범이 말하는 것
독일 쾰른 출신으로 2017년 데뷔한 킴 페트라스는 어느새 십 년 가까운 활동 기간 동안 팝 신에서 가장 극단적인 진폭을 보여준 아티스트로 자리 잡았다. 마돈나·브리트니 스피어스·카일리 미노그·그웬 스테파니를 우상 삼아 로스앤젤레스로 건너온 그는 컬트 팬덤에서 출발해 빌보드 핫100 진입, 그리고 2023년 샘 스미스와 함께한 'Unholy'로 그래미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하며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이 수상으로 그는 그래미 역사상 트랜스젠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트로피를 든 인물이 됐다. 그런데 정작 지금 눈에 띄는 것은 그 정점 이후다. 데뷔작 <Feed the Beast>부터 <Problématique>, 그리고 섹슈얼리티를 전면에 내세운 하이퍼팝 EP <Slut Pop>까지, 갈수록 더 크고 더 화려한 사운드로 치닫던 그가 최근 앨범 인터뷰에서는 오히려 사적이고 절제된 결의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는 점이 이번 소식의 핵심이다.
무엇이 달라졌나
페트라스의 커리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확장이었다. 데이비드 게타 같은 EDM 구세대부터 프로스트 칠드런 같은 신진까지, 그는 세대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협업 폭을 넓혀왔고, 그 결과물은 매번 이전보다 더 화려하고 더 과잉된 사운드로 돌아왔다. <Slut Pop>은 그 정점이었다. 섹슈얼리티를 캠프러운 과장으로 풀어낸 이 EP는 바이럴을 일으켰지만, 동시에 그의 음악이 얼마나 더 커질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작업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알려진 새 앨범 프로젝트 'Deluxe Detour'는 이름부터 결이 다르다. '우회로'라는 단어가 암시하듯, 이는 계속 정면으로 밀어붙이던 이전 행보에서 벗어나 잠시 다른 길로 새는 작업에 가깝다. 실제로 그는 올해 들어 사생활에서 큰 전환점을 맞은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 개인적 변화가 음악의 톤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프로젝트를 부르는 표현이 '하이퍼퍼스널 하이퍼팝'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장르는 여전히 하이퍼팝이지만, 그 안에 담기는 감정은 과시가 아니라 개인적 고백에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화려한 사운드의 밀도는 유지하되, 그 안을 채우는 서사가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왜 지금인가
이 변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타이밍에 있다. 페트라스는 이미 그래미라는, 팝 아티스트가 도달할 수 있는 상징적 정점을 찍은 상태다. 보통 이런 정점 이후에는 두 가지 길이 갈린다. 같은 공식을 반복하며 정점의 관성을 오래 붙잡거나, 아니면 정점에서 내려와 자신에게 맞는 다음 리듬을 새로 찾거나다. 페트라스가 후자를 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 이 소식을 눈여겨봐야 할 이유다. 뉴욕 패션위크 마지막 일요일 밤, 아리치아가 함께한 파티에서 그가 등장하자 무도장이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반응했던 장면은, 역설적으로 그가 여전히 최고조의 스포트라이트 안에 있다는 걸 보여준다. 스포트라이트가 가장 뜨거울 때 오히려 사적인 결로 방향을 트는 선택은, 화제성을 유지하는 것과 자신에게 지속 가능한 리듬을 지키는 것이 항상 같은 방향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이퍼팝이라는 장르 자체가 원래 과잉과 속도를 무기로 삼아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안에서 '개인적인 것'을 중심에 놓겠다는 방향 전환은 장르 전체에도 하나의 실험적 신호로 읽힌다.
다음에 볼 것
다음으로 확인할 지점은 명확하다. 'Deluxe Detour'라는 이름으로 예고된 새 앨범이 실제로 어떤 사운드와 발매 일정으로 구체화되는지, 그리고 이번에 언급된 개인적 전환이 가사와 비주얼에 어떻게 녹아드는지다. 지금까지 그의 앨범들이 매번 이전 작업에 대한 반작용이었던 걸 감안하면, 이번 앨범 역시 <Slut Pop>의 캠프러운 과잉에 대한 응답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번에는 그 반작용의 방향이 '더 크게'가 아니라 '더 사적으로'라는 점에서, 파급력을 화려함이 아니라 진정성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십 년 가까이 확장만 거듭해온 아티스트가 처음으로 스스로 속도를 늦추는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이 흐름은 비단 한 아티스트의 커리어 전환을 넘어 화려함의 유통기한이 지난 자리에 무엇이 남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오래갈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르는 기준은 결국 얼마나 크게 터뜨렸는가가 아니라 그 뒤에 무엇을 남겼는가라는 점을, 이번 앨범이 어떻게 증명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