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곡, 국경 넘은 협업이 앨범이 된 이유
일본 패션 브랜드 AFB가 브랜드 최초의 컴필레이션 앨범 "AFB IS HERE"를 내놓는다. 전 12곡을 담은 이 앨범에는 일본·미국·한국·중국 네 나라 아티스트와 프로듀서가 참여했고, 곡은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발매를 기념해 9월 19일 도쿄 신주쿠의 제프 신주쿠와 제로 도쿄에서 각각 낮과 밤 파티가 열린다. 패션 레이블이 앨범을, 그것도 여러 나라 아티스트를 모아 정식으로 발매한다는 사실 자체가 눈에 띈다. 보통 패션 브랜드와 음악의 접점은 컬래버레이션 한 곡, 혹은 쇼 배경음악 수준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AFB는 그 관계를 앨범이라는 완결된 형태로 묶어냈다.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협업의 총합을 결산했다는 점에서, 이 소식은 단순한 신보 소식보다는 "브랜드가 문화를 얼마나 오래 유지해왔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로 읽을 만하다.
무엇이 달라졌나
AFB는 그동안 패션을 중심에 두고 음악·아트·스트리트 컬처를 아우르는 커뮤니티를 만들어온 브랜드다. 이번 앨범이 다른 점은 그 관계를 일회성 협업이 아니라 하나의 앨범으로 정리했다는 데 있다. 참여진만 봐도 규모가 다르다. JP THE WAVY, Loco, Camo!, Sik-K, HAON, Kid Milli, MIKADO, Kaneee, BLASE, Gliiico, Skaai 등 12명 이상의 아티스트와 F1lthy, ineedmorebux, Lil Moshpit, DJ DISK, Kimmy gone, Gliiico & Himi 등 프로듀서 6인이 함께했다. 국적도 언어도 다른 이들이 한 앨범 안에서 트랙을 나눠 부르는 구성이라, 개별 싱글 발매로는 만들기 어려운 그림이다. 수록곡 구성도 특정 지역이나 장르에 치우치지 않고 한국·미국·일본 아티스트가 뒤섞여 트랙마다 다른 조합을 이룬다는 점에서, 이번 앨범은 그간 브랜드가 맺어온 관계망을 한 장의 결과물로 압축한 셈이다. 발매 방식도 스트리밍 순차 공개로, 한 번에 소비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앨범 발매 이후에도 화제가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왜 지금인가
패션 브랜드가 자체 음악 콘텐츠를 내놓는 흐름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이번처럼 여러 나라 아티스트를 모아 정식 앨범 형태로, 그것도 대형 파티 두 건과 함께 내놓는 사례는 흔치 않다. 이 타이밍이 눈에 띄는 이유는 브랜드가 단발성 화제보다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를 보여주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데 있다. 하루짜리 컬래버 이벤트는 그 순간이 지나면 소비되고 잊히지만, 앨범은 스트리밍을 통해 계속 남고 재생되는 자산이다. 즉 AFB는 순간의 화제성 대신 오래 남을 결과물을 택한 셈이다. 여기에 낮 시간대 라이브와 밤 시간대 애프터파티를 나눠 운영하는 구성도 눈여겨볼 만하다. 하나의 발매 소식을 하루짜리 이벤트로 소진하지 않고, 관객층과 분위기가 다른 두 개의 자리로 나눠 커뮤니티 전체를 아우르려는 시도로 읽힌다. 패션과 음악을 오가는 브랜드가 늘어나는 가운데, 결과물을 앨범이라는 형태로 남기고 그걸 축으로 다시 사람을 모으는 방식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다음에 볼 것
당장 확인할 지점은 9월 19일 두 파티다. 낮 파티는 제프 신주쿠에서 16시부터 22시까지, JP THE WAVY·Camo!·Loco·MIKADO·Kaneee 등이 출연해 수록곡 중심의 무대를 선보인다. 이어 23시부터 다음 날 4시 30분까지는 제로 도쿄에서 애프터파티가 열리는데, 이쪽은 20세 이상만 입장 가능하고 지하 4층 메인스테이지와 지하 3층 별도 라인업으로 구분돼 밤 시간대 분위기를 강조한다. 티켓은 AFB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판매 중이며 데이타임 패스포트 8000엔(얼리버드 6000엔), 나이트타임 패스포트 5000엔, 올데이 패스포트 1만 엔으로 나뉜다. 앨범 자체는 순차 공개 방식이라 12곡이 모두 풀리기까지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런 식으로 협업을 앨범 단위로 묶어 발매하는 브랜드가 늘어난다면, 패션과 음악의 접점은 이벤트성 마케팅을 넘어 브랜드가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하나의 문화적 루틴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AFB의 다음 행보가 일회성으로 끝나는지, 아니면 정기적인 앨범 발매로 이어지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